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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주의와 사회적 관계

사회적 관계에 있어서 상호주의란 “행위자 갑이 을에게 베푼바와 같이 을도 갑에게 똑같이 행하라.”라는 행위 준칙을 의미한다. 상호주의의 원형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표현되는 탈리오의 법칙에서 발견된다. 그것은 일견 피해자의 손실에 상응하는 가해자의 처벌을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가혹하고 엄격한 성격을 드러낸다. 만약 상대방의 밥그릇을 빼앗았다면 자신의 밥그릇도 미련 없이 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탈리오 법칙은 온건하고도 합리적인 속성을 동시에 함축하고 있다. 왜냐 하면 누가 자신의 밥그릇을 발로 찼을 경우 보복의 대상은 밥그릇으로 제한되어야지 밥상 전체를 뒤엎는 것으로 확대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대일 방식의 상호주의를 ‘대칭적’ 상호주의라 부른다.

 

 

상호주의와 사회적관계

하지만 엄밀한 의미의 대칭적 상호주의는 우리의 실제 일상생활에서 별로 흔하지 않다. 오히려 ‘되로 주고 말로 받거나, 말로 주고 되로 받는’ 교환 관계가 더 일반적이다. 이를 대칭적 상호주의와 대비하여 ‘비대칭적’ 상호주의라 일컫는다. 그렇다면 교환되는 내용이 양과 질의 측면에서 정확한 대등성을 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환에 참여하는 당사자들 사이에 비대칭적 상호주의가 성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셈에 밝은 이른바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들에게 있어서 선호나 기호 및 자원(資源)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교환에 임하는 행위자들이 각인각색(各人各色)인 까닭에 비대칭적 상호주의가 현실적으로 통용될 수밖에 없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거것만이 그들에게 상호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상호주의와 사회적관계

이처럼 비대칭적 상호주의에 의거한 호혜적(互惠的) 교환 관계가 가장 현저하게 이루어지는 사회적 공간이 바로 시장이다. 어떠한 행위자도 공짜로 재화를 얻을 수 없다고 가정하는 시장 상황에서 실제로 이루어지는 교환의 내용은 결코 등량(等量)․등가(等價)의 것들이 아니다. 행위자 갑은 을이 소유하고 있는 쌀을 원하고 을은 갑이 갖고 있는 설탕을 바랄 경우, 갑은 쌀에 대하여 그리고 을은 설탕에 대해 각각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면서 양자를 서로 바꾸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시장은 각자의 선호와 자원의 범위 내에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장군 멍군 식의 관계가 성립되는 사회적 영역이다.

 

 

그런데 시장이 본연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전제 조건이 요구된다. 교환에 참여하는 행위자의 자발성(自發性)과 교환 과정의 공정성(公正性)이 바로 그것이다. 이 때 자발성은 행위자의 자율적 의사 결정을 의미하는 것이며, 공정성은 그들 간의 절차적 합리주의를 뜻한다. 예를 들어 강매나 사기, 도둑질 같은 행위는 선택의 자발성을 제한하고 절차의 공정성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반(反)시장적인 것이다. 이러한 반시장적 행위들은 시장의 논리만으로 통제되기 어렵다. 따라서 시장에는 자발성과 공정성의 원칙을 견지하는 윤리적 규범이나 사회적 규칙을 행위자들이 신뢰하고 준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시장 속에 내재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장의 비(非)시장적 요소’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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