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영화와 프레임의 관계

영화의 기본적인 단위는 프레임이다. 테두리 혹은 틀을 뜻하는 프레임은 영화가 만들어져 상영되는 단계마다 서로 다르게 정의된다. 촬영 과정에서는 카메라를 통해 들여다보는 장면의 구도로, 편집 과정에서는 필름에 현상된 낱낱의 정지 사진으로, 그리고 상영 과정에서는 극장의 어둠과 화면을 가르는 경계선으로 규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정의되든 간에 이 개념은 영화가 프레임을 통해 비추어진 세계이며 프레임을 경계로 어두운 객석의 현실 세계와 구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회화나 사진이 하나의 프레임만을 가지는 것과는 달리, 영화는 연속적으로 교체되는 많은 수의 프레임들을 가진다. 그리고 이 프레임들은 통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프레임일지라도 그 시간과 동작의 원래 맥락에서 분리되지 않으며, 그 자체가 독립적으로 완결된 의미를 지니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래서 관객은 눈앞에서 계속해서 이것에서 저것으로 바뀌며 재구성되는 프레임들을 그것의 극적이고 시간적인 맥락을 참작하여 이해하게 된다.

 

또한 회화나 사진이 소재나 구성에 프레임을 맞추는 것과는 달리, 영화는 가로 세로의 비율이 언제나 일정한, 같은 크기의 프레임에 맞추어 내용물을 배치하게 된다. 이렇게 프레임이 고정되는 것은 그것이 필름이나 극장 영사막의 규격화된 형식을 이용해야 하는 영화의 기계적, 기술적 조건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영화 프레임에서는 수직적 구성에 매우 큰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초고층 빌딩들이 들어선 거리를 한 번에 효과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수직적 프레임을 거의 볼 수 없는 것이다.

 

 

 

프레임의 완고한 형식성으로 인해 영화가 상영되는 조건에 따라서는 원래의 프레임이 변형되고 결과적으로 감독이 의도했던 화면 구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와이드 스크린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극장용 영화가 TV를 통해 방영될 때 이러한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35mm의 영화가 16mm로 축소된다는 것은 원래 프레임에서 화면의 3분의 1 정도가 잘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화면을 자르면, 원래 프레임의 가장자리에 있던 등장인물이 변형된 화면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혹은 등장인물이 시청자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것에 깜짝 놀라거나 공포에 찬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 프레임이 갖는 이러한 제약성 때문에 영화의 매력이 감소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이러한 형식의 제약성으로 인해 오히려 영화의 다양한 기법들이 개발되고 작품의 예술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 있어서 영화감독은, 소네트*가 요구하는 형식적 요건에 오히려 구미가 당겨서 그 엄격한 형식을 택하는 소네트 작자에 견줄 수 있다. 우리가 소네트를 읽어서 얻는 즐거움은 대체로 형식과 내용간의 긴장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기법과 소재가 이런 식으로 완벽히 융합할 때, 우리의 심미적인 즐거움은 고조된다. 이와 동일한 원칙이 영화의 프레임에 적용될 수 있다.

 

공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