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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중요한 수면과 꿈

우리는 매일 밤 자신의 피부를 감싸고 있던 덮개(옷)들을 벗어 벽에 걸어 둘 뿐 아니라, 신체 기관을 보조하기 위해 사용하던 여러 도구들, 예를 들면 안경이나 가발, 의치 등도 모두 벗어 버리고 잠에 든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우리는 잠을 잘 때 옷을 벗는 행위와 비슷하게 자신의 의식(意識)도 벗어서 한쪽 구석에 치워 둔다고 할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우리는 삶을 처음 시작할 때와 아주 비슷한 상황으로 돌아가는 셈이 된다. 신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잠든다는 것은 평온하고 안락한 자궁(子宮) 안의 시절로 돌아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잠을 잘 때 태아와 같은 자세를 취한다. 마찬가지로 잠자는 사람의 정신 상태를 보면 의식의 세계에서 거의 완전히 물러나 있으며. 외부에 대한 관심도 정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꿈을 자세히 관찰함으로써 이러한 수면 중의 정신적인 상태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꿈이 철저하게 자기 중심적이라는 것과, 꿈의 세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은 항상 꿈꾸는 자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것을 간단히 ‘수면 상태의 나르시시즘(narcissism)’으로 부를 수 있는데 이는 정신의 작용 방향이 외부 세계에서 자기 자신으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한, 사람들이 오랫동안 신비로운 현상으로 여겨 왔던 꿈의 ‘진단’ 능력에 대해서도 이런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해졌다. 꿈 속에서는 모든 감각이 크게 과장되어 정신적이거나 신체적인 이상 증상이 깨어 있을 때보다 더 빨리, 더 분명하게 감지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꿈의 과장성’ 역시 외부 세계로 향하던 정신적 에너지가 자아로 되돌려지는 데서 나오는 것으로, 깨어 있는 상태에서는 감지하기 어려웠던 미세한 정신적, 신체적 변화를 감지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꿈이 인간의 내면 세계를 외면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를 ‘투사(投射.projection)’라고 하는데, 우리는 꿈속에서 평소에는 억누르고 있던 내적 욕구나 콤플렉스(강박 관념)를 민감하게 느끼고. 투사를 통해 그것을 외적인 형태로 구체화한다. 예를 들어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이 몇 달 동안 계속해서 죽은 동료의 꿈을 꾸는 경우, 이는 그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그러나 깨어 있을 때는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죄책감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에게 꿈이 중요한 까닭은 이처럼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무의식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어서 보여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꿈을 통해 그 사람의 잠을 방해할 정도의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일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하는지까지도 알게 된다. 그런 일은 깨어 있을 때에는 쉽사리 알아내기가 어렵다. 이는 따뜻하고 화려한 옷이 몸의 상처나 결점을 가려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것 때문이다. 우리는 정신이 옷을 벗기를 기다려 비로소 그 사람의 내면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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